작년 이맘때쯤의 일이다. 담낭 절제수술을 하고 회사로 복귀하기 3일전. 몇가지 서류를 가져오려고 들른 사무실에 종합 검진 결과지가 도착해 있었다. 별일 없겠지하고 펼처봤는데..폐결절이란다.
'폐'라는 단어가 나오니 맘이 답답하다. 폐암은 5년간 생존율이 엄청나게 떨어지는 예후가 상당히 않좋은 암으로 걸로 알고 있는데.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엄청 무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20년정도 흡연한 경력이 있는 나로써는 정말이지 절망에 가까운 이야기들도 많고.
부랴 부랴 삼성의료원, 아산병원, 서울대 병원 (모두들 폐암 명의라고 인터넷에 있는 분들로 예약했다. 특진의사선생님들이다.) 그리고 내가 자주 다니는 회사앞 내과에 예약을 하고 검진때 촬영한 LDCT(Low dose CT: 저선량 CT)필름을 들고 갔다. 참, 검진은 차병원에서 했고, 여기서는 PACS에 올려서 CD를 구워주는게 아니라 필름을 주더라.
다음은 그 결과다. 정말 당황스러웠다.
1. 삼성의료원: 이건 폐결절이 아닙니다. 폐의 구조상 엽이 겹치는 부분이 이렇게 하얗게 보일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1년후에 한번 더 찍어보시죠. 일단 폐결절이 아닙니다. 여기서 멈쳤으면 좋았을것을.. 저의 소심함과 가족들의 권유로 아산병원, 서울대 병원까지 갔습니다.
2. 아산병원: 폐결절 맞습니다. 헉..이게 무슨 소리. 어제 삼성 의료원에 그 유명한 폐암의 권위자라는 선생님께서 아니라고 했는데. 6개월후에 조영제 맞고 CT한번 찍어봅시다. (Low Dose CT도 아니고 그냥 CT를 그것도 조영제까지 맞아가면서). 크기가 변했거나 모양이 이상하면 뭔 침습법 - 바늘 찔러서 조직검사하는것 - 으로 조직검사도 해야하나 지금은 크기가 넘 작아서 아니란다. 기분 정말 우울하다.
3. 서울대 병원: 이분도 아주 아주 유명한 폐암 권위자이시다. 모니터를 한참 보시더니 뭔가 있기는 있는데 뭔지 잘모르겠으나 그리 심각한것은 아니것 같습니다. 흠... 억장이 무너진다. 다시말하면 이게 뭔지 모르겠지만 걱정하지 말란다. 하여간 1년후에 다시한번 그냥 3D CT를 찍어봅시다라고 하신다. 질문할것도 많았지만, 바쁘신 모양이다.
4. 회사앞 내과 (삼성동): 자세히 정말 자세히 보시더니. 이건 페결절로 보이지 않습니다. 폐결절이라고 판명한 부위(차병원에서 표시해줬다)를 보면, 이게 폐결절로 보인다는건 의사들마다 견해의 차이는 있겠지만, 본인이 보기에는 아니라고 봐진다는 거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그럼 앞서의 그 대형병원들의 의견이 왜 틀리냐고. 그것까지는 말하기가 그렇단다.
그 후 정말로 검색의 검색을 하고, 수많은 논문을 섭렵했다. (ㅎㅎㅎ) 뭐 내가 알아낸 내용은 대충아래와 같다.
1. 건강 검진에서 저선량 CT를 찍어보면 20-50%정도의 수검자들이 폐결절 또는 그와 비슷한것으로 보이는 것들이 나온다. 일단 본인이 폐결절로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아도 넘 쫄지 말자. 일단 뭔가가 있다는 말인데, 그 뭔가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는 거다. 따라서 전부 폐암아니다. 다른 사람들이 다 죽지 않았으니 나도않죽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2. 그 폐결절 또는 뭔가가 보인다는 수검자의 대부분(90%를 상회하는 수준)은 양성 (benign) 결절이다. 그러니까 그냥 뭔 고체덩어리 또는 고체 덩어리가 될것 같은 넘들이 들어있는데 몸에 나쁜게 아니라는 거다. 결핵을 앓았거나 폐렴이나 뭐 그런것 앓은 사람들은 이런게 있을 수있고, 우리나라에 그런 례가 많단다.
3. 지금 해야할 일은 스피드다. 빨리 예약하고 훌륭한 선생님한테 검진을 받는거다. 뭐 대충 보면 딱봐서 암으로 보이면 바로 조직 검사 (진짜 침으로 찔러서 조직을 떼내서 조직 검사한다. 이거하다가 연세 세브란스병원 할머니 사건이 생긴걸로 알고 있다. )해보고 병리과에서 암이라면 수술해야 하는걸로 알고 있다. 근데 크기도 작고, 모양도 착하게 보이면 추적검사를 하는걸로 알고 있다. 6개월, 1년, 1년 뭐이런식으로 해서 미국 폐 무슨 학회 권고안이 있던데 그거 따라하는지 한국은 한국 독자적인 방법으로 하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병원가보니 비슷한것 같더라. 매 기간 찍어봐서 일단 크기, 위치, 모양이 변하지 않으면, 괜찮은걸로 판단하고 편히 살면된다.
이건 내가 느낀점이다.
정말 한명의 의사만 믿고 살아도 되나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후 회사앞의 내과 선생님으로부터 좀 깊숙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왜 그런 차이가 생기는지... 그들도 먹고 살아야 하니 방어적으로 이야기해야하고, 같은 의사라도 내공이 다 같은건 아니고, 그들의 경험도 모두 틀리다.
저선량 CT는 국립 암센터의 동영상을 보면, x-ray 4장 찍는정도의 피폭량이란다. 그걸 알았다면 좀더 부담없이 찍었을걸 한다. 인터넷 찾아보면 정확한 수치를 써놓은곳이 의외로 적더라. 난 차병원에 6개월후에 LD CT를 무료로 한번더 찍어줬다. 이유는? 내가 GR을 했었지, 삼성의료원다녀와서, 폐결절 아니라는데 제대로 보지도 않고 폐결절이라서 사람 쫄게 만들었다고.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내가 얼마나 무식한 짓을 했는지 엄청 민망스러울 뿐이다. 그리고,의사라는 직업 정말 참을 인자 세개는 필요로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폐결절을 저선량 CT로 발견하는게 항상 좋은건 아닌것 같다. 우선 추가 정밀 검진을 위해 드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심리적인 압박감이 장난 아니다. 내 폐에 뭔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는데 그리고 잘못하면 폐암일지도 모른다고 속삭이는 의사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맘편히 지낼수있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담배 끊어라. 폐암의 많은 원인이 담배더라. 왜 난 몰랐을까? 폐암은 조기 검진이 안되는 암중에 하나다. 물론 담배 안피는 여자들도 폐암 많이 걸린다. 하지만, 폐암을 피할수있는 방법이 있다는 왜 안하는가? 난 작년 이후로 담배 끊었다. 폐결절로 한번 쪼니까 바로 끊어지더라. 콘돔이 AIDS예방책인것 처럼 금연이야 말로 유일하게 우리가 폐암으로 우리를 보호할수있는 길이다.
아내와 아이 더 사랑해주고, 부모님께 효도하자 :)
지난주 1년이 되어서 서울대서 다시 CT를 찍었다. 의사선생님 왈, 크기나 모양이 변한게 없네요. 폐결절 맞는것 같습니다. 내년에 다시 보시죠. 더이상의 설명이 없다. CD를 구워서 회사앞 내과에 갔다. 그 의사 선생님왈.. 여기 CD에 있는 영상의학과 선생님 소견은 폐결절로 보이지 않고, pericardial cyst에 의한 partial volume일 가능성도 있음이라고 써져있단다. 뭐 한글로 생각해보면, 심장주위에 뭐가 좀있어서 이게 폐쪽으로 밀려서 CT찍어보면 폐결절처럼 보인다는 이야기인것 같다. 또다시 의사는 환자에게 어떻게 소통해야 하고, 환자는 의사의 소통을 어떻게 이해해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생긴다. 참고로 영상의학과 선생님의 판독소견은 아래와 같다.
Conclusion
No interval change of small triangular shape lesion around right anteromedial cardiophrenic angle.
--> no clinical significance.
Otherwise no significant abnomalities in the CT
Finding
Cholecystectomy가 되어있고, mediastinum내에 특이 소견없음
이전 CT상에 보였던 RML의 삼각형 모양의 작은 nodule은 이번 CT에서도 보이고 있고, 변화는 없는데 내부에 fat density를 보이고 있어서 혹시는 pericardial cyst에 의한 partial voloume일 가능성도 있음
이와 같은 이 병변은 clinical significance는 없는 병변임.
많은 분들이 의사 선생님존함을 알고 싶어하시네요. 전 서울대 본원 호흡기내과 한x구 교수님께 진료를 받았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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